
2021년, 비트코인이 8천만 원을 찍고 나서 몇 달 뒤, 어느 유튜브 영상 댓글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공감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그 누구도 묻지 않았죠.
정말 ‘미리’ 알 수는 없는 걸까?
우린 늘 늦는다
가격이 오르고 나서야 기사를 봅니다. 호재가 퍼지고 나면 이미 시장은 한 발 앞서 움직였습니다. “이거 오른다더라?” “펀드가 투자했다더라?” “고래가 담았다더라?”
문제는, 우리가 이 모든 걸 “누군가가 해석한 뒤의 이야기”로만 듣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남이 정리해준 콘텐츠, 누군가의 포스트, 미디어의 편집된 기사. 그렇게 우리는 항상 두 걸음 느리게 시장을 쫓아갑니다.
이게 반복되면 점점 투자의 방향 감각을 잃게 됩니다. ‘분석’이 아니라 ‘추측’과 ‘소문’에 의존하게 되죠.
그런데… 모든 정보는 이미 공개돼 있다?
온체인 세계는 특이합니다. 일반적인 금융 시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됩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자산을 보냈는지, 어느 지갑이 언제부터 무언가를 사고 있었는지, 그 모든 정보는 이미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상태로 존재합니다.
즉, 늦을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그 정보를 읽을 줄 모르는 것뿐입니다.
온체인 분석은 ‘직접 눈으로 시장을 보는’ 유일한 방법
뉴스는 말합니다. “이더리움이 ETF 기대감에 올랐다.” 그럴듯하죠. 그런데 진짜 이유일까요?
온체인 분석가는 이런 식으로 접근합니다.
- 진짜 돈이 들어왔는가?
- 어떤 지갑에서 큰 금액이 움직였는가?
- 거래소 입출금은 어떤 추이를 보였는가?
- 고래 지갑은 보유량을 늘렸는가 줄였는가?
기사는 원인처럼 보이지만, 온체인 데이터는 실제 결과를 보여줍니다. 누군가 사기 전에 먼저 사고 있었다면, 그 흔적은 지갑 주소에 남아 있습니다. 루머가 돌기 전에 내부 지갑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갔다면, 그 트랜잭션은 이미 블록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온체인 분석은 더 이상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투자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근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도박과 투자를 가르는 단 하나의 기준
‘차트만 보고 매매하면 도박이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질문해볼 수 있겠죠.
그럼 도대체 어떤 정보를 봐야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하나입니다.
판단의 근거가 ‘실제 돈의 흐름’에 있느냐, 아니냐.
- 고래가 이 코인을 사들이고 있다 → 투자 판단의 근거
- 갑자기 유동성이 빠져나가고 있다 → 리스크 회피 신호
- ETF 수탁 지갑에서 입금이 늘었다 → 기관의 매수 타이밍
이 모든 것은 온체인에서 확인 가능한 사실(fact)입니다. 우리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정보의 비대칭’을 넘어서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보가 부족해서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블록체인 세계는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죠.
정보의 비대칭은 이제 정보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력의 문제로 바뀌었습니다.
누군가는 Dune 대시보드를 열고, 고래가 어떤 DeFi에 자금을 집어넣는지 추적합니다. 누군가는 Etherscan에서 rug pull 흔적을 읽어내고, 손실을 피합니다. 누군가는 체인 간 이동을 보고, 다가올 펌핑의 신호를 감지합니다.
정보는 평등하게 열려 있지만, 그 정보를 읽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이 글은 온체인 분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전문 트레이더가 아니어도 됩니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단 하나, 여러분이 더 이상 추측이 아닌 근거 있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이 책은 분명 여러분에게 큰 무기가 될 겁니다.
블록체인은 진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다만, 그 진실을 먼저 읽는 사람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