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짜리 블록체인이 왜 3초짜리 “전자 현금”이 될 수 없는가

“사토시는 디지털 ‘금’이 아니라 디지털 ‘현금’을 만들었다.”
그럼 진짜 현금처럼 쓰려면, 블록체인은 어디까지 바뀌어야 할까?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것
이 글은 eCash Avalanche 런칭 특집 시리즈 1편입니다.
- 1편: 엔트로피와 합의 – 왜 ‘속도’보다 ‘구조’가 중요한가 ← 지금 여기
- 2편: Avalanche 구조와 51% 공격 방어 메커니즘
- 3편: Pre-Consensus로 2~3초 안에 결제를 확정하는 방법
- 4편: Subnet, 프라이버시, 향후 업그레이드 그리고 “디지털 현금”의 철학
이 1편에서는 기술적인 디테일보다,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이 왜 원래부터 느려질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 원인부터 짚어봅니다.
1. “빠른 코인 많잖아?”에서 출발해 보자
요즘 시장에는 이렇게 말하는 코인들이 넘칩니다.
- “우리 TPS는 수만 건이에요”
- “1~2초면 결제 됩니다”
- “비트코인보다 100배 빠릅니다”
속도를 올리는 건 사실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합의를 느슨하게 만들거나, 참여자를 줄이거나, 중앙화를 조금만 허용하면
속도는 금방 빨라집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죠.
- “내가 방금 보낸 이 거래, 진짜로 확정된 게 맞나?”
- “5초 뒤에 되돌려지거나, 롤백 될 위험은 없나?”
- “상대방도 나와 같은 ‘현실’을 보고 있나?”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엔트로피(Entropy) 와 합의(Consensus) 입니다.
eCash와 Avalanche를 이해하려면, 이 둘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2. 엔트로피: 블록체인 안의 보이지 않는 혼돈
엔트로피(Entropy)는 원래 물리학·정보이론에서 쓰는 용어인데,
여기서는 아주 단순하게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현실을 보고 있는 정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각 노드(node)가 똑같은 정보를, 똑같은 순서로, 동시에 받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 어떤 노드는 트랜잭션 A를 먼저 보고,
- 어떤 노드는 트랜잭션 B를 먼저 보고,
- 어떤 노드는 둘 중 하나를 아예 못 볼 수도 있고,
- 네트워크 지연, 패킷 유실, 연결 끊김 등 변수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작은 차이들”이 쌓입니다.
- A 노드: “A, B, C 트랜잭션이 유효하다고 생각함”
- B 노드: “B, C는 봤는데 A는 아직 못 봄”
- C 노드: “C, D를 먼저 봤고, A는 나중에 봤음”
각 노드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세계 상태(state)”가
서서히 서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게 바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입니다.
3. 합의(Consensus): 엔트로피를 밀어내는 힘
그렇다면 합의(Consensus)는 뭘까요?
엔트로피 관점에서 보면, 합의는 딱 한 줄로 정리됩니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노드들이
다시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으로 모이는 과정”
- 누군가는 A → B 순서라고 믿고,
- 누군가는 B → A 순서라고 믿고 있을 때,
- “우리 이제부터는 이 순서를 공식으로 인정하자”
라고 정리해 주는 행위가 합의입니다.
비트코인에서는 이 역할을 블록(block) 이 합니다.
- 10분 동안 각 노드들은
- 제각각 트랜잭션을 받고,
- 제각각의 메모리풀(mempool)을 유지합니다.
→ 엔트로피 증가
- 누군가가 새 블록을 발견하면,
- 그 블록에 포함된 트랜잭션이
- “일단 이게 공식 기록이다” 라고 선언됩니다.
→ 엔트로피 감소, 합의 수렴
- 그러다가 또 10분 동안 서로 다른 트랜잭션을 보고,
→ 다시 엔트로피 증가 - 다시 블록 발견 → 또 한 번 정리
→ 합의 수렴
이걸 “엔트로피가 10분 동안 서서히 올라갔다가,
블록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 내려가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비트코인의 10분: 왜 느리고, 왜 답답한가
이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블록 간격이 길면 길수록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끼게 될까?”
블록이 나오지 않는 10분 동안에는:
- 노드들은 제각각 다른 정보를 보고 있고,
- 어떤 트랜잭션은 A한테는 보였지만 B한테는 아직 안 보이고,
- 순서도 서로 다르고,
- 어떤 건 중복·이중지출 후보일 수도 있습니다.
즉, 네트워크가 “서로 다른 현실”을 품은 채로 10분을 버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시간이 이렇게 느껴집니다.
- “내 거래가 정말 네트워크 전체에 전파됐나?”
- “혹시 이중지출이 있었는데, 내가 모르는 건 아닐까?”
- “이게 진짜 확정된 건지, 그냥 잠정 상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제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 2~3초 안에 승인 → “빠르고 좋다”
- 3~5초 넘어간다 → “좀 느리네”
- 5초가 넘어가면 → “멈췄나? 오류인가?” 의심하기 시작
보통 이 정도 감각이 형성됩니다.
즉, 10분 블록 타임은
“엔트로피를 정리하는 주기 자체가 너무 느리다”는 의미고,
결국 이렇게 이어집니다.
- UX 관점: 일상 결제용 “현금”으로 쓰기 어렵다
- 확장성 관점: 트랜잭션이 몰리면 병목이 심해진다
- 보안 관점: 블록이 나오기 전까지는 항상 애매한 ‘양자 상태’
5. 왜 ‘패치’로는 한계가 오는가
여기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택한 길은 “패치” 입니다.
- 블록 크기를 키운다
- 블록 간격을 줄인다
- L2를 깔고, 그 위에서 빨리 처리한 뒤 나중에 정산한다
- 특정 검증인(Validator)만 찍어서 속도를 올린다
이런 방식은 단기 속도 개선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 구조는 그대로죠.
“엔트로피는 계속 올라가고,
블록이 나올 때만 잠깐 정리되는 구조”
즉,
- 엔트로피가 계속 쌓이는 시스템 위에
- 임시로 밴드를 붙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트래픽이 몰리거나,
조금만 수요가 늘어도
다시 지연·수수료 폭등·롤백 위험이 올라옵니다.
6. eCash & Avalanche가 보는 문제의 본질
eCash 팀이 보는 문제의 본질은 이겁니다.
❌ “비트코인보다 블록을 빨리 만들자”가 아니라
✅ “왜 ‘블록이 나올 때만’ 엔트로피를 줄이고 있을까?”
현재 구조는 이렇습니다.
- 10분 동안 → 엔트로피 증가
- 블록 발견 순간 → 엔트로피 감소 (합의)
- 다시 10분 동안 → 엔트로피 증가
시간의 대부분을 “엔트로피가 올라가는 상태”로 보내고 있는 셈이죠.
eCash + Avalanche의 접근은 완전히 다릅니다.
“블록이 나올 때만 합의하지 말고,
블록 사이 시간에도 계속 합의를 진행하자.
즉, 엔트로피가 쌓이지 않게 상시로 정리하자.”
이게 바로 Pre-Consensus(사전 합의) 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Avalanche는 그 사전 합의를
-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 속도와 보안을 동시에 잡는 형태로 설계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건 2편, 3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내용이니
여기서는 한 줄로만 정리해보겠습니다.
“블록이 합의를 만드는 시대에서,
네트워크가 계속 합의 상태를 유지하는 시대로”
이 패러다임 전환이
바로 eCash와 Avalanche가 가져오는 핵심입니다.
7. 1편 정리: 지금까지 이야기한 핵심 포인트
마지막으로 1편에서 다룬 내용을 짧게 정리해 보면:
- 사용자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확실한 속도’를 원한다.- 2~3초 이내 확정이 이상적
- 5초가 넘어가면 “멈췄나?” 의심
-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엔트로피(혼돈)가 증가하는 구조다.- 각 노드는 서로 다른 정보를, 다른 순서로, 다른 시점에 받는다
→ 시간이 갈수록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게 됨
- 각 노드는 서로 다른 정보를, 다른 순서로, 다른 시점에 받는다
- 비트코인은 블록을 통해
주기적으로 이 엔트로피를 정리한다.- 문제는 그 주기가 10분이라는 점
- 그 사이 사용자는 늘 애매한 상태에 있다
- 많은 프로젝트가
블록 크기·속도·L2 같은 “패치”로 문제를 덮으려 한다.- 그러나 “엔트로피가 쌓이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
- eCash + Avalanche는
아예 질문을 바꾸고 있다.- “왜 합의를 가끔만 하지?” → “왜 항상 합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지?”
- 블록 사이의 시간에도 계속 합의를 진행하는 구조로 전환
다음 편 예고: Avalanche, 눈사태처럼 쏟아지는 합의
2편에서는 드디어 Avalanche 합의 구조 자체를 파고듭니다.
- 눈사태(Avalanche)라는 이름의 의미
- 노드들이 무작위 샘플링과 반복 투표로
어떻게 하나의 방향으로 급격히 수렴하는지 - 이 구조가 51% 공격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무력화하는지
를 다루면서,
“왜 eCash의 합의는 3초 안에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더 구체적으로 답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