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bnet, 프라이버시, 그리고 ‘디지털 현금’ 이후의 세계
“사토시는 디지털 ‘금’을 만든 게 아니라 디지털 ‘현금’을 만들었다.”
eCash는 이제, 그 철학을 기술적으로 완성하는 단계에 올라섰습니다.
1–3편에서 우리는 이렇게 한 걸음씩 올라왔죠.
- 1편 – 블록체인의 근본 문제: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엔트로피(혼돈)
- 2편 – Avalanche 합의: 눈사태처럼 한 방향으로 수렴하며 51% 공격까지 방어
- 3편 – Pre-Consensus: 블록을 기다리지 않고, 2–3초 안에 결제를 확정하는 UX
이제 4편은 마지막입니다.
마무리답게, 시야를 더 넓혀서 이런 질문을 다룹니다.
- “Subnet(서브넷) 이란 도대체 뭐길래 중요한가?”
- “왜 굳이 메인체인 말고 따로 ‘망’을 더 만들어야 하지?”
- “프라이버시, 규제, 실험, 혁신은 어디서 돌아가야 안전한가?”
- “그리고 eCash의 다음 업그레이드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1. Subnet이란 무엇인가? – “평행 우주”를 여는 기술
먼저 정의부터 간단히 잡고 갈게요.
Subnet = 메인체인의 보안/자산을 공유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규칙을 가진 ‘평행 블록체인’
조금 풀어 쓰면:
- 메인체인(eCash)은
- Avalanche + PoW + Pre-Consensus로
- 디지털 현금 계층을 담당하고,
- Subnet은
- 그 위에 여러 개를 띄우는 별도의 실행 환경입니다.
- 규칙, 가스 모델, 프라이버시 수준, 스마트컨트랙트 구조 등을
마음껏 다르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Subnet은
단순한 “서브 체인”이 아니라,
“실험, 프라이버시, 복잡한 금융 구조를
메인체인 밖에서 안전하게 돌릴 수 있는 샌드박스”
라고 보는 편이 더 가깝습니다.
2. 기존 Sidechain vs Avalanche Subnet – 뭐가 다르길래?
사실 “옆 체인” 아이디어는 비트코인에서도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 사이드체인(Sidechain)
- 드라이브체인(Drivechain)
- 페그드 체인(Pegged Chain) …
다 이름만 다르지,
기본 아이디어는 비슷하죠.
“메인체인 코인을 잠그고,
옆 체인에서 다른 규칙으로 놀다가,
다시 메인체인으로 돌아오자.”
문제는 “돌아오는 과정(Reverse Peg)” 이었습니다.
- 두 체인이 모두 느린 PoW 합의를 쓰다 보니
- “이 코인이 진짜 옆 체인에서 다시 메인체인으로 돌아온 게 맞는가?”를
메인체인 쪽에서 확신하려면
며칠, 심하면 몇 주가 걸립니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드라이브체인 설계는
최대 2개월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되어 있죠.
이렇게 되면 실사용 UX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Avalanche Subnet의 차이
Avalanche + Subnet 접근은 여기서 관점을 바꿉니다.
- 합의가 훨씬 빠르다
- Avalanche는 수 초 단위로 네트워크 합의를 수렴시킬 수 있습니다.
- 덕분에 “이 Subnet에서 이 이벤트가 진짜 일어났는지”를
짧은 시간 안에 메인체인이 검증할 수 있습니다.
- Reverse Peg 문제를 현실 수준 시간대로 줄인다
- “2개월 기다리기”가 아니라
- “분·초 단위” 안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보안과 유연성의 균형
- 자산 발행/소각, 총량 관리 같은
핵심 자산 보안은 메인체인에서 관리 - 실행 규칙, 프라이버시, VM(EVM, JS, ZK 등)은
Subnet에서 자유롭게 설계
- 자산 발행/소각, 총량 관리 같은
정리하면,
기존 사이드체인들이
“이론상 가능하지만 UX는 최악”이었다면,
Avalanche Subnet은
“실제로 쓸 수 있는 속도와 보안”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3. 프라이버시 Subnet – 왜 굳이 ‘옆에서’ 해야 할까?
이제 가장 민감하지만 중요한 주제, 프라이버시입니다.
- 비트코인 스타일의 UTXO 체인들은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약합니다. - 반대로, 강한 프라이버시 체인은
- UTXO 세트가 끝없이 커지거나
- 총 공급량을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도 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죠.
1️⃣ 스케일 문제
- 어떤 프라이버시 체인은
“사용된 출력인지, 아직 살아있는 출력인지”를
온전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트랜잭션을 무기한 들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이러면 스토리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풀노드 유지 비용이 크게 올라갑니다.
2️⃣ 화폐 공급 검증 문제
-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위해
금액·상대방·구조가 모두 암호화되면,
“이 체인에 진짜 몇 개의 코인이 존재하는가?”를
완전히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려운 설계도 생깁니다. - 만약 어딘가에 버그가 생겨
몰래 돈을 찍어낼 수 있다면,
그걸 알아차리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나
아예 못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eCash 관점에서의 해답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
하지만 메인체인의 투명성과 감사 가능성을
희생해서까지 메인체인 안에 욱여넣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선택지는 이렇게 나뉩니다.
- 메인체인(eCash):
- 총 공급량, 발행 구조, 보안, 합의, Finality 등
자산의 ‘뼈대’ 역할을 책임지고
- 총 공급량, 발행 구조, 보안, 합의, Finality 등
- 프라이버시 Subnet:
- 송·수신 내역, 금액, 사용 패턴 등을 숨기는
프라이버시 기능을 담당
- 송·수신 내역, 금액, 사용 패턴 등을 숨기는
이때 중요한 포인트:
- 메인체인은 항상
“이 Subnet으로 들어간 총량”과
“다시 나오는 총량”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 Subnet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라도,
Subnet 밖으로 나올 때는
절대 들어간 양보다 많이 나올 수 없습니다.
즉,
“사생활은 Subnet 안에서 지키고,
화폐의 건전성은 메인체인에서 지킨다.”
이렇게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
eCash가 보는 프라이버시의 올바른 위치입니다.
거기에 더해,
Tornado Cash 사건에서 보듯
프라이버시 도구 개발자들이
직접적인 법적 타깃이 되는 사례도 있었죠.
- 프라이버시를 Subnet에서 제공하고,
- 메인체인은 이를 선택적으로 연동하는 구조는
개발자/프로젝트 측의 규제 리스크 분산에도 도움이 됩니다.
4. 개발자 입장에서 본 Subnet – 실험실, 테스트베드, 그리고 새로운 L2
Subnet은 사용자 입장에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개발자·프로젝트 입장에서는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 1) 실험용 체인, 진짜로 “실험”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
- 새로운 스마트컨트랙트 VM,
-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실제 메인넷에 바로 적용하기가 무서웠습니다.
실수 한 번이면,
진짜 자산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Subnet 구조에서는:
- 메인체인의 자산을 잠시 보내
Subnet 위에서 새로운 규칙을 테스트하고 - 마음에 들면 확대 적용,
-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릴 수 있습니다.
“테스트넷”이 아니라
“자산이 걸린 진짜 환경에서의 실험”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 2) EVM Subnet, JS Subnet… 무엇이든 가능
Avalanche 기반 Subnet의 장점은
실행 환경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EVM 기반 Subnet
→ 이더리움과 비슷한 개발 경험,
이미 존재하는 Solidity·도구·인프라 재사용 가능 - JavaScript 기반 Subnet
→ 웹 개발자들도 손쉽게 dApp·온체인 로직 작성 가능 - ZK(Zero-Knowledge) 특화 Subnet
→ 영지식증명·프라이버시·온체인 검증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 실험 가능
모든 것을 메인체인에 올릴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eCash 메인체인은 디지털 현금의 코어”로 두고,
그 위에 Subnet이라는 여러 개의 ‘탈중앙 앱/실험 레이어’를 덧씌우는 구조입니다.
5. 앞으로의 업그레이드 방향 – Pre-Consensus 이후의 이야기
발표 내용에서 언급되었던
“향후 업그레이드 가능성들”도
블로그 버전으로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1️⃣ 동적 수수료(Dynamic Fee)
- 네트워크가 한가할 때는
수수료를 거의 0에 가깝게 낮추고 - 스팸·공격·과부하가 감지되면
Pre-Consensus + Avalanche를 통해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올려 방어하는 구조입니다.
결과적으로,
- 평소에는 초저렴·고속 결제,
- 공격 시에는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한 자동 방어 모드로 전환.
2️⃣ 블록 크기 vs 수수료 곡선
미래에는 다음과 같은 방향도 열려 있습니다.
“고정된 블록 크기 제한을 없애고
블록이 커질수록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도록 만들자.”
- 트래픽이 적을 땐
큰 블록도 낮은 수수료로 허용 - 트래픽이 많을 땐
수수료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스팸·불필요 트랜잭션을 걸러내는 역할
Pre-Consensus 덕분에
어떤 트랜잭션이 진짜로 Final 상태에 가까운지
네트워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도 더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3️⃣ Pre-Consensus 성능 개선
- 현재 버전에서도 이미
2–3초 안에 Finality를 제공하지만, - 내부적으로는
“한 라운드에 처리하는 트랜잭션 수” 등에서
더 개선할 여지가 있습니다.
즉,
지금도 빠르지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Pre-Consensus를 돌릴 수 있는 구조로
꾸준히 최적화될 수 있습니다.
4️⃣ Staking 보상 선정도 Avalanche로
이미 발표 안에서도 언급됐듯이,
- 어떤 노드가 다음 스테이킹 보상을 받을지
- Avalanche로 미리 사전 합의를 본 뒤
- 블록이 그 결과를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 스테이킹 보상 선정 로직의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올라가고
- 노드 운영자 입장에서는
더 정확한 기대값을 갖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6. 자주 나올 질문 Q&A
마지막 편인 만큼,
블로그 독자들이 던질 법한 질문 몇 개를 정리해 봅니다.
❓ Q1. “Subnet이 늘어나면, 메인체인이 더 복잡해지고 위험해지는 건 아닌가요?”
A. 오히려 반대입니다.
- 메인체인은 단순하고 보수적인 역할만 맡습니다.
- 자산 발행·소각
- 총 공급량 관리
- PoW + Avalanche + Pre-Consensus로 보안 유지
- 복잡한 로직, 프라이버시, 실험적인 기능은
Subnet으로 분리됩니다.
메인체인은 작고 단단하게,
Subnet은 많고 자유롭게.
이게 철학입니다.
❓ Q2. “이 구조, 비트코인/라이트코인 같은 다른 체인에도 붙일 수 있나요?”
A.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UTXO 기반 체인에 적용 가능합니다.
Avalanche + Pre-Consensus라는 아이디어는
eCash 전용이 아니라,
UTXO 구조를 가진 거의 모든 체인에
원리상 적용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다만,
- 각 체인의 문화, 합의, 정치적 합의(?)
- 개발 팀의 의지
- 기존 이해관계자 구조
같은 것들이 실제 적용 여부를 좌우하겠죠.
eCash는 그 중 “가장 먼저 실제로 밀어붙인 체인”
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 Q3. “사용자 입장에서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eCash는 뭐가 다른 건가요?”
A. “eCash는 빠른 코인이 아니라,
‘확실하게 빠른 디지털 현금’입니다.”
- 2–3초 안에 Finality
- Avalanche로 51% 공격 방지
- Subnet으로 프라이버시·실험·확장성 확보
- 메인체인은 투명한 공급량과 강력한 보안을 유지
단순한 TPS 경쟁을 넘어서,
“일상 결제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전자 현금”
을 목표로 전체 구조가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7. 마무리: 디지털 금이 아닌, 디지털 ‘현금’을 향하여
이 시리즈의 시작에서
우리는 이런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디지털 금을 만든 것이 아니라
디지털 현금을 만들었다.”
비트코인(BTC)은
그 중 “디지털 금”의 역할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저장 수단, 가치 보존, 거시적 서사.
eCash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초고속 결제,
- 2–3초 Finality,
- Avalanche 기반 보안,
- Subnet 위에서의 프라이버시와 혁신,
- 그리고 여전히 PoW 기반의 탈중앙 보안.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가격은 언제든 출렁일 수 있지만,
프로토콜에 쌓인 설계, 합의, 코드, 그리고 방향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eCash 팀이 Avalanche Pre-Consensus를 메인넷에 올리는 순간,
수년간 준비해 온 “디지털 현금” 철학이
기술적으로 완성에 가까워지는 순간입니다.
이제 남은 건,
그 위에서 어떤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 온체인 결제를 실제로 쓰려는 상점들,
-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금융 도구를 만들 개발자들,
- 새로운 Subnet을 설계할 빌더들,
-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을 지켜보는 투자자·사용자들.
이 4편짜리 시리즈는
그 거대한 그림의 “기초 설명서”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