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롭이 바꿔놓은 게임의 규칙
이더리움의 확장 문제는 늘 숙제였다. 트랜잭션 처리 속도는 느리고, 수수료는 비쌌다. 롤업(Rollup)이라는 구조가 등장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여전히 핵심 문제 하나는 남아 있었다.
바로 데이터 게시 비용(Data Availability Cost)이다.
2024년 3월, 이더리움은 ‘덴쿤(Dencun)’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확장 기술을 도입한다. 바로 EIP-4844, 그리고 여기에 포함된 블롭(blob)이라는 구조다.
블롭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기존의 calldata처럼 EVM 내에 영구 저장되는 구조가 아니라, EVM 바깥에서 일정 기간만 임시로 저장되는 대용량 데이터 컨테이너다. 저장 공간이 싸고, 빠르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하나의 블롭은 약 128KB 크기로 고정되어 있으며, 초기에는 블록당 최대 6개까지 저장 가능했다. 이 구조는 롤업이 이더리움 메인넷에 데이터를 훨씬 저렴하게 게시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L2 생태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주자가 있었다. 바로 Coinbase가 만든 롤업, Base였다.
블롭 게시량 1위는 단연 Base
블롭 구조의 혜택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L2는 단연 Base였다.
2025년 기준 Dune Analytics 데이터를 보면, Base는 블롭 게시량에서 모든 롤업을 압도하고 있다.
하루 평균 기준으로도 타 롤업 대비 2~3배 이상 많은 블롭을 게시하고 있으며, 누적 수치로 보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zkSync Era, OP Mainnet, Arbitrum One 등 내로라하는 롤업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Base는 혼자 독주하는 듯한 형태를 보인다.
단순히 트랜잭션만 많은 것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Base의 블롭 게시량이 많다는 것이 단지 트랜잭션 수가 많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갑 수와 거래량의 동반 급증이 함께 관측되며, 이는 Base가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사용자 유입을 동반한 확장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 📈 지갑 수: 2024년 중반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해, 2025년 6월 기준 2억 개 돌파
- 🔄 주간 트랜잭션 수: 2025년 초 8천만 건에 달한 후 다소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유지
※ 이 지표들은 단순히 에어드랍용 ‘가짜 트래픽’이 아닌,
실사용 기반의 활동 증가임을 뒷받침한다.
블롭 최적화 전략의 선도자
Base는 EIP-4844가 도입된 직후부터 블롭 기반 게시 전략을 명확히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잦은 빈도로 Rollup 데이터를 블롭에 게시함으로써,
- 빠른 확정성(Finality)을 확보하고
- 블롭 가스비가 매우 낮은 점을 최대한 활용
- 사용자 경험과 네트워크 안정성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단순히 트랜잭션을 많이 처리하는 구조가 아니라,
블롭을 운영 전략의 중심에 둔 설계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롤업들과 차별된다.
왜 Base인가 – 미국과 Coinbase의 전략
Base의 성장은 단지 기술적으로 뛰어난 롤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Coinbase의 전략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Base는 Coinbase가 직접 개발한 Ethereum 기반의 L2 네트워크다.
특히 Optimism이 개발한 OP Stack을 기반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이더리움과 완벽하게 호환되며, 같은 스택을 사용하는 다른 체인들과도 쉽게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는 Optimism이 주도하는 “슈퍼체인(Superchain)” 생태계 안에서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토큰 없는 L2, 그리고 기관 친화성
Base는 지금까지도 자체 토큰을 발행하지 않았다.
수수료는 오로지 ETH로만 지불되며, 토큰 인플레이션이나 투기성 보상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단지 간결한 구조 때문이 아니라, Coinbase의 본질적인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기관 투자자, 규제를 고려하는 기업, 미국 사용자들에게 가장 부담 없는 진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토큰이 없는 L2”는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구조였다.
Coinbase 앱에서 바로 지갑 생성, 전송까지
Base의 또 다른 핵심 강점은 **온보딩 경험(UX)**이다.
MetaMask나 별도 웹지갑을 설치하지 않아도, Coinbase 앱 내에서 바로 Base 지갑을 생성하고, ETH를 전송하며, 디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 초보자들에게는 혁신적인 경험이다.
이미 Coinbase 계정을 보유한 수백만 명의 미국 사용자들은, 아무런 추가 절차 없이 Base L2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사용자 기반을 위한 ‘규제 친화형 L2 플랫폼’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Base를 단순한 기술 네트워크가 아닌,
정책적·사회적·경제적으로 전략화된 플랫폼으로 만들어준다.
- Coinbase라는 규제된 거래소의 신뢰
- ETH 기반 수수료라는 단순하고 안전한 경제 모델
- 미국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접근성과 법적 안전성
- 기업, 기관, 디지털 ID, 소셜 디앱까지 수용 가능한 범용성
이러한 정체성은 Base를 미국 중심의 디지털 자산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만들고 있다.
이제 Base는 단순한 “롤업 중 하나”가 아니라,
미국 사용자와 규제 기관,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신뢰할 수 있는 L2 플랫폼이 된 셈이다.
Base의 성장, 단순히 트래픽 문제가 아니다
Base의 블롭 게시량이 많고, 트랜잭션 수가 많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지점은 그 이면에 있다.
Base는 단순히 사용자가 많이 몰리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이더리움 확장 기술을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실제 운영에 안착시킨 유일한 롤업이다.
블롭 기술을 실전에 가장 먼저 투입한 L2
EIP-4844이 도입되자마자, Base는 블롭 기반 데이터 게시를 가장 먼저 실전에 적용했다.
이후 Pectra 업그레이드를 통해 블롭 용량이 늘자마자, 추가 용량도 즉시 활용하며
가장 효율적인 롤업 운영 전략을 구축했다.
이러한 빠른 반응성은 단순한 기술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명확한 방향성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Coinbase라는 ‘CeFi 인프라’와의 연결
Base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단지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라
Coinbase라는 규제된 CeFi 플랫폼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 덕분에 Base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보기 드문 강점을 가지게 되었다:
- KYC를 마친 미국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Base로 유입
- 앱을 따로 깔 필요 없이, Coinbase 앱 안에서 온보딩
- AML·컴플라이언스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L2
이는 단지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유리한 플랫폼 구조를 의미한다.
기관, 일반 사용자, 소셜 디앱까지 흡수하는 구조
Base는 CeFi와 연결되어 있지만, 디앱 개발자와 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 SocialFi 앱인 friend.tech와 Farcaster
- Meme culture, NFT 프로젝트, Onchain 게임
- 탈중앙 소셜 ID 및 DID 인프라 등
Base는 단지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온체인 활동의 생활화”라는 흐름을 통째로 받아들이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런 전략은 단순히 트래픽이 많은 L2를 넘어서,
“사용자의 다양한 온체인 삶”이 이뤄지는 공간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기술 × UX × 규제 × 정치 = 통합형 L2
결국 Base의 성장은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 최신 확장 기술(블롭)을 가장 먼저 실전에 적용
- 규제된 CeFi 인프라(Coinbase)와 연결
- 미국 사용자 중심의 신뢰 기반
- 일반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를 포용하는 UX
- 기관도 들어올 수 있는 정책적 안정성
이 모든 요소가 Base를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닌,
차세대 글로벌 레이어2 전략 모델로 만들어주고 있다.
🧭 정리하며 – 왜 지금 Base를 주목해야 하는가
이더리움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그리고 그 진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블록체인 구조 자체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흐름은 명확하다:
기술(Blob) → 구조(Rollup) → 전략(Base)
블롭은 데이터를 싸게, 빠르게 게시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롤업은 이 블롭 구조 위에서 확장성을 획득했으며
Base는 그 구조를 가장 빠르게, 전략적으로 흡수한 L2 플랫폼이 되었다.
Base는 단순히 트랜잭션 수가 많은 롤업이 아니다.
**블롭 구조를 기반으로, 규제·정책·사용자 경험까지 포괄한 ‘미국형 L2’**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Coinbase라는 신뢰 기반, 미국 사용자 기반, 그리고 Rollup을 넘어서는 생태계 통합 전략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움직임은 아직 초입일 뿐이다.
Danksharding이 완성되면, 이더리움은 진짜 샤딩 시대로 넘어간다.
그때, 가장 먼저 블롭을 실전에 도입하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어 온 L2는 누구일까?
바로 Base다.
따라서 지금 Base를 주목한다는 건 단지 “요즘 뜨는 롤업”을 본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곧, 이더리움의 확장 미래를 가장 먼저 실험하고, 구현하고, 정치화하는 플랫폼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전략적인 온체인 움직임은
어쩌면 바로 이곳 — Base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