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사이판, 그리고 eCash가 보여준 미래

“비트코인의 킬러앱은 비트코인 자체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이다.”
오늘은 이 한 문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사면서도,
결국 USDT(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사고팔까요? - 왜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자국 화폐 대신 USDT를 ‘실생활 돈’처럼 쓰고 있을까요?
- 그리고, 왜 어떤 개발자는 “스테이블코인 진짜 본진은 이더리움이 아니라 비트코인 UTXO 계열이다”라고 확신할까요?
이 글은 사이판(Saipan)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이자 기업가가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과,
제가 보고 듣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 쉽게 풀어서 적은 글입니다.
1. ‘킬러앱’이 뭔데, 왜 자꾸 스테이블코인에 갖다 붙이는 거야?
IT에서 말하는 킬러앱(Killer App) 은 이런 의미입니다.
“이 기술이 왜 가치 있는지 ‘한 방에’ 증명해 주는,
없으면 안 되는 수준의 핵심 서비스”
- 인터넷의 킬러앱 → 이메일
- 스마트폰의 킬러앱 → 메신저, 카카오톡/왓츠앱 같은 것들
그럼 질문이 하나 생기죠.
“블록체인의 킬러앱은 뭘까?”
많은 사람은 “비트코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발표자는 수년째 이렇게 말합니다.
“비트코인의 킬러앱은 스테이블코인이다.
특히, 토큰화된 달러(USD) 가 그 역할을 한다.”
처음 들으면 살짝 어색합니다.
“아니, 비트코인을 위해 만든 블록체인의 킬러앱이 달러 토큰이라고?”
그런데 실제 시장을 보면, 이 말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2. 이미 시장은 답을 내렸다:
“코인은 달러(USDT)로 사고, 달러(USDT)로 판다”
현실부터 봅시다.
-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알트코인을 살 때
가장 많이 쓰는 거래 페어는 USDT - 비트코인 가격을 볼 때도,
“원화 가격”보다 “USDT 기준”을 더 먼저 보는 사람도 많죠.
그리고 더 중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입니다.
- 자국 화폐(볼리바르)는 완전히 붕괴
- 사람들은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월급·저축·결제에 사용
-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은 우리의 목숨줄(lifeline)”이라는 표현까지 나옴
원래 비트코인이 약속했던 메시지, 기억나시죠?
“자기 나라 화폐가 망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탈출구가 되어 주겠다”
현실에서는, 그 역할을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은 달러(USD) 기반입니다.
3. 스테이블코인은 어떻게 비트코인의 꿈을 이어받았나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 첫 문장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완전한 P2P 전자 화폐 시스템”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 돈을 보내는 시스템이 목표였죠.
그런데 지금, 이 조건에 더 잘 맞는 건 USDT 같은 스테이블코인입니다.
-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 P2P 전자 화폐
- 거래소를 거치지 않으면,
지갑 ↔ 지갑 전송은 진짜 “은행 없는 송금”
물론, 발행·환불 구간에서는 여전히 회사(발행사)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와 너 사이의 전송”만 떼어 놓고 보면:
“USDT를 상대 지갑으로 전송하는 행위 =
사토시가 말한 P2P 전자 화폐의 한 형태”
그래서 이 발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의 원래 비전을
현실적으로 구현해낸 도구다.”
4. 그런데… 지금 스테이블코인 UX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이제 중요한 현실의 벽이 나옵니다.
“토큰 하나만 있다고 끝이 아니다”
“가스를 낼 주(메인) 코인도 필요하다”
이더리움에서 USDT를 써본 분은 다 아는 그 문제입니다.
- 내 지갑에 USDT는 있는데, ETH는 0
- 이 상태에서는 USDT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
→ USDT를 받았는데, 가스 낼 ETH가 없으면 그 돈은 잠시 갇힌 상태
전통 금융 세계에서는 이런 UX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계좌에 100달러 있으면 그냥 보내면 되지
- “수수료 낼 다른 화폐를 따로 챙기세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죠
이 문제를 발표자는 이렇게 부릅니다.
“2토큰 프릭션(two-token friction)
= ‘보내고 싶은 돈’과 ‘수수료를 내는 돈’이 다를 때 생기는 마찰”
지금은 디파이, 트레이더, 크립토 고인물들이 익숙하니까 그냥 쓰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이 UX가 치명적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냐면…
5.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왜 다 같이 ‘바이낸스 은행’을 쓰게 되었나
베네수엘라 상점들을 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 매장에서 USDT 결제 가능
- 그런데 실제로는 바이낸스 계정 ↔ 계정 간 이체
- 즉, 블록체인 위 지갑 간 송금이 아니라
바이낸스 내부 장부에서 숫자만 바꾸는 구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 “온체인으로 USDT 쓰려면,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다.” - “가스, 수수료, 체인 선택, 트랜잭션 지연…”
→ 이걸 현장 상점 사장님에게 설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
그래서 가장 쉬운 길로 갑니다.
“그냥 다 같이 바이낸스 쓰자.”
결과적으로:
-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쓰지만
- 완전한 커스터디얼(중앙 보관) 구조로 사용
- 바이낸스는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은행’처럼 움직임
여기서 우리가 잃는 것은 분명합니다.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
= 내가 가진 디지털 자산을
제3자 허락 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 보낼 수 있는 자유
6. 이 문제, 왜 “UTXO 기반 비트코인 계열”이 해결할 수 있나
여기서 비트코인(및 eCash 같은 UTXO 계열 체인)의 구조적인 강점이 등장합니다.
블록체인에는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 UTXO 모델 (비트코인, eCash, BCH 등)
- Account 모델 (이더리움, 대부분의 EVM 체인)
6-1. UTXO 모델을 간단히 비유하면?
- 주머니에 동전 여러 개가 들어 있는 상태와 비슷합니다.
- 1,000원짜리 동전 여러 개 → 필요할 때 쪼개서 쓰고,
다른 동전들과 합쳐서 큰 금액도 만들고.
UTXO에서는:
- “이전 트랜잭션에서 안 쓰고 남은 동전들”을
새 트랜잭션에서 조합해서 쓰는 구조입니다. - 여러 명이 함께 하나의 트랜잭션에 동참하는 것도 가능
→ 이걸 활용하면 여러 명에게 동시 분배, 수수료 분담, 스플릿 결제 등 다양한 패턴 구현 가능
6-2. Account 모델은?
- 은행 계좌 하나를 떠올리면 됩니다.
- 잔고 숫자만 +1, -1 하는 방식
- 구조는 직관적이지만,
“동전 단위의 조합·분할” 같은 자유도는 떨어집니다.
6-3. 왜 이게 스테이블코인 UX에 중요한가?
UTXO 구조에서는 프로토콜 레벨에서:
- “하나의 토큰(예: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있어도 전송이 되는 UX”
를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큽니다. - 트랜잭션 안에서 여러 출력(멀티 아웃풋) 을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수수료·분배·정산을 한 번에 처리하기 쉬움
실제로 이 발표자가 보여준 예시는 이렇습니다.
- 지갑 안에 eCash나 BCH 같은 메인 코인이 0
- 오직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있음
- 그런데도 점심값 결제가 완전히 비수탁·P2P 방식으로 성공
즉, 사용자는 이렇게 느끼는 겁니다.
“그냥 달러 토큰 하나만 있으면 된다.
수수료? 가스?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이게 바로 일반 사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UX입니다.
7. 왜 하필 eCash인가?
(BCH/BSV도 있는데, 차이가 뭐지?)
발표자는 “왜 eCash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요약하면:
(1) 기술 스택
- eCash(ABC 팀)는 필요한 기능만 최소·정갈하게 추가해 왔다.
- 온체인 스왑, 커스텀 토큰, 커버넌트 등
스테이블코인·결제 시스템 설계에 꼭 필요한 기능은 이미 제공.
(2) 개발 철학
- “필요 없는 실험적 기능을 이것저것 붙이는 체인”이 아니라
- “전자 화폐로서 쓰이는 데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체인”
(3) 확장성과 UX
- 빠른 확정성(컨펌), 저렴한 수수료,
P2P 결제에 적합한 구조를 꾸준히 개선
그래서 이 발표자는 회사와 10년짜리 계약,
지역 정부 프로젝트까지 모두 eCash 위에 올려버립니다.
“내 회사, 내 시간, 그리고 한 섬의 정부까지
전부 eCash 위에 걸었다.”
이 정도면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닌 거죠.
8. 티니안(Tinian)에서 시작된,
“미국 정부와 연결된” 비트코인 네트워크 스테이블코인
여기서 스토리가 하나 더 나옵니다.
바로 북마리아나 제도(NMI) 와 티니안(Tinian) 섬 이야기입니다.
- 북마리아나 제도는 미국과 특수한 계약 관계를 맺은 지역
- 미국 시민권, 연방 지원 등은 받지만
토지 소유권, 자치권에서 매우 강한 재량권을 가진 곳 - 그중 티니안 섬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체 헌법과 정부를 가진 사실상 준-자치 정부
이 지역 정부가:
-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
- 주지사(같은 역할)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의회가 이를 재투표로 기각(2/3 이상 찬성) - 결국 티니안 스테이블코인(MUSD) 을 eCash 위에 발행
발표자가 속한 회사는:
“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소각·소프트웨어·에코시스템 구축을
10년간 전담하는 계약”을 보유
즉,
- 미국 법 체계 안에서
- 지역 정부가 정식으로 인정한 스테이블코인을
- 비트코인 계열(UTXO) 체인인 eCash 위에 발행
이라는 꽤 상징적인 사건이 이미 한 번 일어났습니다.
9. 규제의 판이 바뀌었다: Genius Act 이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요소가 등장합니다.
바로 미국의 Genius Act 입니다.
핵심만 뽑으면:
-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이
법률 수준에서 정식 정의되었음 - 그 결과,
은행·카드사·대형 금융기관이 합법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림 - 반대로,
“규제 밖에서 마음대로 USD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개인/기업”은
형사 리스크(징역·벌금)까지 부담해야 하는 구조
즉, 시장은 대략 이렇게 굳어지는 중입니다.
- 이미 자리 잡은 USDT, USDC 같은 대형 발행사
- 여기에 대형 은행·카드사(비자, 씨티, BOA 등) 가 들어오는 그림
- 완전한 “프리 와일드”는 점점 줄어듦
이 발표자는 이렇게 요약합니다.
“이제 새로운 USD 스테이블코인을
아무나 마음대로 찍어내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전부다.
이제는 ‘어느 말(체인·프로젝트)에 올라탈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에
- 정부가 직접 발행하고
- P2P 전자 화폐 철학을 지키려는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는 eCash 상의 이 티니안 스테이블코인이 거의 유일하다는 것.
10.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은행 버전 스테이블코인’만 남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발표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하나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어차피 전 세계를 덮는다.”
그러면 우리 앞에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 은행·거대 기업이 설계한, “조금 더 빠른 인터넷 뱅킹 같은” 스테이블코인 세상
- 사람이 지갑을 직접 소유하고, 제3자 승인 없이도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는 ‘자유로운 전자 화폐’로서의 스테이블코인 세상
둘 다 스테이블코인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 한쪽은 “바이낸스/은행 안의 숫자”이고
- 다른 한쪽은 “내가 직접 가진 키로 통제하는 돈”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운 버전’을 밀지 않으면,
기본값은 항상 ‘수탁형 버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발표자는 eCash 위에서, UTXO 구조 위에서,
“진짜 전자 화폐로서의 스테이블코인” 을 구축하는 데
지난 5~6년을 거의 올인했다고 말합니다.
11. CoinCraft 관점에서의 정리
왜 지금 ‘스테이블코인 x UTXO x eCash’를 눈여겨 봐야 할까?
마지막으로, 이 내용을 CoinCraft 스타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킬러앱 관점
- 인터넷의 킬러앱이 이메일이었다면
블록체인의 킬러앱은 스테이블코인에 가까워지고 있다. - 특히 글로벌 경제의 기반 통화인 달러(USD) 토큰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2) 현실 관점
- 트레이딩·디파이·국가 위기(베네수엘라)까지
이미 스테이블코인은 실사용 단계에 들어갔다. - 다만, 지금은 2토큰 프릭션 + 중앙화 수탁 구조가 일반 사용자 확산을 막는 중.
(3) 기술 구조 관점
- UTXO 모델(비트코인 계열) 은
“가스 없는 1토큰 UX”를 구현할 수 있는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 eCash는 이 UTXO 모델 위에
스테이블코인·DApp·결제에 필요한 기능들을 이미 상당 부분 올려놓았다.
(4) 규제·정책 관점
- Genius Act 이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대형 플레이어 위주로 굳어지는 방향” 으로 움직이고 있다. - 그 안에서 법적으로 안전하게, 동시에 탈중앙 철학을 지키는 프로젝트는 희소성이 커진다.
(5) 케이스 스터디 관점
- 티니안 섬 정부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법체계 안에서, 정부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 계열인 eCash 위에서 돌아간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선례 가치가 크다.
12. 앞으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이 글은 “이게 답이다”를 강요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스테이블코인을 어떤 구조로 쓰고 싶은가?”
- 거래소 안의 숫자?
- 내가 직접 가진 키가 통제하는 토큰?
- “만약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결제의 표준이 된다면…”
- 그 인프라가 어떤 체인 위에 올라가길 원하는가?
- “비트코인이 원래 꿈꾸었던 ‘전자 화폐’의 역할”
- 그 바톤을 누가 이어받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앞으로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공부하고, 어떤 네트워크를 깊게 이해할지를 정할 것입니다.
CoinCraft에서는 앞으로도
- 스테이블코인 규제 변화(Genius Act 등)
- UTXO vs Account 모델의 실제 차이
- eCash를 포함한 비트코인 계열 체인의 실전 활용 사례
를 계속 추적하면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다음 10년의 인프라” 를 공부해 나가 보겠습니다.
📌 이 글은 사이판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의 컨퍼런스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CoinCraft 관점에서 재구성·요약한 글입니다. 투자 권유가 아니며, 공부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